왜 한국 병원은 간호사를 쥐어짜게 됐나
작성자 팔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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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정형준 님이 쓴 글입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홈페이지에서 옮겨 왔습니다. 아래에 그 일부를 싣습니다.

왜 한국 병원은 간호사를 쥐어짜게 됐나

 

 

" ..............한국의 병원은 기관수로 95% 가량이 민간병원이다. 즉 대부분이 개인이나 민간비영리법인이 운영한다. 이는 OECD 국가 대부분 민간병원이 20-30% 선인 것과 비교해서 너무 높은 수치이며, 의료민영화의 천국인 미국의 70%선과 비교해도 높다. 사실 한국의 민간병원 비율은 OECD 국가 최고수준이다.

그런데 원래 한국이 애초부터 민간병원 천국인 것은 아니었다. 해방 당시를 보면 당시는 민간병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병원이 몇 개 없었고, 대부분이 공공병원이었다. 일본제국주의는 한일합방이후로 일본군 주둔지에 병원을 지었다. 이것이 지금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의 효시다. 또한 1930년대 만주사변이후로는 한반도를 후방 병참기지화 하면서 공공병원을 좀더 확충했다.

문제는 해방 이후로 공공의료기관이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국립대병원을 제외하면 공공병원은 일제가 만든 유산들이 고작이다. 그렇다면 왜 공공병원을 늘리지 않았을까? 우선 해방이후 미국식 종합병원, 전문의제도등이 이식되면서 의료부분에 대해서는 시장지향점이 분명해졌다. 또한 한국전쟁이후 폐허속에서 의료공급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었다.

1960년대 말부터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필수의료의 요구가 늘어갈때도 박정희 정권은 의료공급만은 철저히 민간에 의존했다. 건강보험이 도입되는 과정에서도 의료수요는 모조리 민간병원이 독식했다. 이런 과정에서 초기에 작은 의원에서 시작한 개인의사들이 유명해지고 병상이 커지면서 병원을 짓게되고 이를 확대축적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번 갑질사태가 밝혀진 성심병원도 1960년대말 의료수요를 기반으로 확대해서 대학교까지 만든 민간병원자본(인제대 백병원, 순천향병원, 김안과 건양대병원, 을지병원, 차병원, 길병원 등)의 표본 중 하나다.

이들 민간병원들은 병상을 확충하면 할수록 돈을 벌었기 때문에, 계속 병원을 늘려가거나 병상을 늘리는 방식의 축적을 계속했다. 성심병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강성심, 강남성심, 강동성심, 춘천성심, 평촌성심, 동탄성심 등 계속 병원을 늘린 대표적 사례다. 이런 축적은 빠른 병상확충을 우선하면서 병원설립자가족의 막강한 권력과 기형적인 권위주의,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한 병원 확대를 특징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모형이 이후 국공립병원은 물론 재벌들이 만든 병원에도 이식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공공병원이 의료체계의 모델이 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빠른 증식형 민간병원이 공공병원의 모델이 되었다. 이 과정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례라고 볼 수 있어 씁쓸할 따름이다."

 

 

 

"...............우선 애초부터 한국은 의사,간호사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들 병원은 의사는 물론이고 간호사 한명이 수십명의 환자를 돌보는 체계에서 발전해왔다. 정상적인 병상관리에서 수십명의 환자를 한명의 간호사가 돌볼 수 없기 때문에, 간병은 가족에게 맡겨졌다. 또한 간호조무사와 잡무를 담당하는 하위파트너가 확충되어 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일부업무(간병 및 이송 등의 업무)가 가족과 하위파트너로 빠졌다고 해도, 의사인력도 적었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해야 할 의료업무가 늘어갔다. 간호사들은 간호기록, 활력징후측정, 투약 같은 기본적인 환자 돌보기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는 의사들이 주로 하는 근육주사, 혈관주사, 정맥 주사 수액공급에 튜브교체 등의 업무까지 해야했다. 여기에 간병을 가족들에게 맡기고, 문병객을 제한하지 않는 민간병원의 영리추구 때문에 환자보호자 응대까지 해왔다.

이런 높은 노동강도는 수간호사-주임간호사-평간호사-간호조무사-보조인력으로 이어지는 위계질서 속에서 유지되었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일을 놓치거나 실수를 하면 서로 힘들어졌기 때문에, 항상 고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특히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시간은 서로의 책임소재문제가 겹쳐져 간호사들의 태움문화가 만들어졌고, 신경질적인 분위기가 정착되었다.

사실 외국은 한국처럼 많은 환자를 한 간호사들이 절대 돌보지 않는다. 병상의 특징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체로 4명 안팎의 환자를 한 간호사가 돌본다. 한국은 간호인력에서 여유가 있는 병원조차도 15명에서 20명정도의 환자를 일반적으로 한 간호사가 돌본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환자치료수준이 올라간 것은 모두 병원노동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노동강도를 기반으로 민간병원은 팽창하고 경영진들은 돈을 벌었지만, 계속된 경쟁과 축적압력으로 병원노동자들은 더욱 쥐어짜져왔다. 인력확충이나 노동자들의 처우가 일부라도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이후 노동조합등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런 위계질서는 노동조합설립과 가입에 대한 불이익, 특히 병상내 진급누락 등의 불이익을 발생시켜 간호사들의 정상적인 노조활동조차 가로막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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