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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용균 추모제에 모인 1만여 시민들, 문재인 정부의 결단 촉구
작성자 성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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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용균 추모제에 모인 1만여 시민들, 문재인 정부의 결단 촉구

시민대책위 “상황모면 아닌 제대로 된 진상규명·재발방지대책, ‘죽음의 외주화’ 중단”

“저는 어차피 아들로 인해 정신은 한번 죽었습니다. 남은 거라곤 제 육체만 남았습니다. 죽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누명이 벗겨지길 원합니다. 관련자들 엄중히 처벌해서 용균이와 부모 된 저희들 깊은 한을 조금이라도 풀고 싶습니다. 그리고 용균이 동료들 살려낼 수만 있다면 저는 죽어도 행복하게 죽을 것 같습니다.” -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4살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 5차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광화문 북측 광장은 1만여 명의 추모제 참가자로 가득했다. 추모제엔 용균 씨의 동료들도 참석했다. 또 그의 어머니와 그보다 먼저 자식을 떠나보낸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다가오는 명절 전에 용균 씨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추모제를 개최한 시민대책위와 참가자들은 “제2의 용균이가 반복해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죽음의 외주화’를 근절하고 발전소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대책위는 전날 발표된 고용노동부·산업통산자원부의 발표에 대해 “상황모면용 안일한 대책”이라고 비판하며, “보다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공동대표단 5인이 다음 주 중으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현재 충남 태안에 위치한 거점 분향소를 서울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노동부·산자부는 석탄발전소 중대재해 사고원인 분석 등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국무총리가 위촉하고, 위원을 유족·시민대책위가 추천하는 전문가 및 현장노동자로 구성해 위원회의 독립적인 조사활동 및 중립적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본질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정규직 전환여부에 대해선 논의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죽음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를 개선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히지 못한 것이다.

우리사회 수많은 김용균의 가족, 지인, 친구들…
“왜 누군가의 자식들은 죽음 근처서 맴돌아야 하나”

이날 광화문에서 오후 2시부터 열린 ‘민주노총 2019 투쟁선포 전국노동자대회’에 이어, 오후 3시30분경 태안화력 故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범국민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태안화력 하청비정규직 故 김용균 씨가 생전에 가족과 함께 찍었던 사진으로 만든 추모영상과 함께 시작됐다. 추모영상에선 용균 씨가 가장 좋아했다던 가수 나얼의 노래 ‘바람기억’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추모영상이 끝나갈 무렵, 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무대 위에 섰다.

“아가야 미안하다 널 지켜주지 못해서… 꿈 많던 너의 청춘 펼쳐 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간 것이 엄마는 가슴이 찢어진단다. 다음 생이 있다면 너의 엄마로 태어나서 못 다한 엄마의 사랑을 한없이 주고 싶단다. 사랑한다 용균아…”

어머니는 흐느끼며, 아들 용균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말했다. “모든 부모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식을 키우고 올바르게 자라도록 이끌어 줍니다. 용균이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자라면 뭐합니까? 회사를 잘못 들어가게 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도 모르고 아이들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걱정할까봐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겼고 또 앞으로도 일어날 겁니다.”

부모의 얼굴을 한 수많은 추모제 참가자들이 고개를 떨궜다. 어머니 김미숙 씨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이날 추모제엔 세월호 유가족들도 참여했다. 추모 공연을 위해 무대 위에 오른 세월호 참사 유가족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말했다. “추모제지만, 저희 세월호 유가족들은 추모란 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참사 이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해보면 달라진 게 별로 없어서, 아이들에게 해줄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용균이의 죽음 또한 추모하기보단, 죽음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생각하며 목소리를 높일 때입니다.”

또 창현 엄마는 불평등하게 적용되는 생명의 가치에 대해 말했다. “생명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똑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도, 이재용의 아들도, 우리 창현이 그리고 용균이의 목숨도 모두 똑같이 소중합니다. 일을 하다가, 수학여행을 가다가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자녀는 죽음 근처에도 가지 않고 있고, 누군가의 자식들은 죽음 근처에서 맴돌아야 합니다.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자회사 아닌 직접고용 해야 하는 이유
“자회사 전환, 원하청 구조와 다르지 않다”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죽어간다”

추모제에선 철도 비정규직과 전날 구의역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한 비정규직도 참여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과의 만남을 촉구했다.

경기도 의정부 가능역에서 일하고 있는 철도 비정규직 서재유 씨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며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2017년 행안부의 지하철 역 안전검사 결과를 들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하철역에선 화재 등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선 최소한 5명의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원청과 자회사로 나뉘었을 땐 사고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5명의 안전인원을 원청에 요구했더니, 원청은 자회사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이게 철도공사의 모습입니다.”

철도공사가 안전비용 책임을 자회사에 떠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자회사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원-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똑같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어 서재유 씨는 “김용균 씨가 원했던 정규직화는 자회사가 아닌 원청이 책임지는 직접고용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김혜진 씨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고발했다. “한해 우리나라에서만 수천 명의 노동자가 죽습니다. 대다수가 비정규직입니다. (용균 씨가 죽기 전)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8가지 시설개선요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개선요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번 특별근로감독에서 고용노동부는 1천 건이 넘는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이 죽는 동안 현장은 왜 개선되지 않았습니까.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김혜진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무관심했던 그동안의 우리사회의 모습을 이같이 꼬집었다.

한편, 이날 추모제 참가자들은 추모제가 끝난 뒤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행진대열 가장 앞에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과 유족, 그리고 용균 씨의 동료들이 섰다. 그 뒤를 1만여 명의 참가자들이 따랐다. 참가자들은 다 함께 외쳤다.

“우리가 김용균이다 진상을 규명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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